동물자유연대 풀뿌리단체 역량강화 교육 (26년 6~7월)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풀뿌리단체 역량강화 교육 지원사업을 열었다. 회계, 모금, 행정 및 조직문화 세 과목으로 나뉘었고 언러닝컴퍼니가 행정 및 조직문화를 맡았다. 교육은 두 차수로 열렸다. 6월 10일부터 12일까지는 다섯 명 이상이 함께하는 단체들과 세 번 만났고, 7월 22일부터 24일까지는 정식 단체 없이 소규모로 활동하는 활동가들과 사흘 연속으로 만났다. 모두 평일 저녁, 온라인이었다.
우리가 만나야 할 동물들을 더 자주, 더 많이 만나기 위해
작은 동물권 단체에서 현장에 쓰는 시간은 길다. 구조하고 돌보는 단체라면 더 그렇다. 장부를 맞추고 문서를 정리하고 규칙을 세우는 일은 그 시간이 끝난 뒤에야 할 수 있다. 그래서 단체가 아는 것 중에는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는 것이 있다. 그 노하우를 밖으로 꺼내 사람이 바뀌어도 활동이 이어지게 만드는 것이 이번 과정 내내 같은 목표였다.
"견사 문은 절대 혼자 열지 않기"
신규 봉사자 온보딩 안내서에는 현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문장이 들어섰다.
- 견사 문은 절대 혼자 열지 않기.
- 가져온 간식은 알레르기나 질환이 있을 수 있으니 주지 않기.
- 슬리퍼와 샌들 대신 미끄럽지 않은 운동화를 신을 것.
처음 온 사람에게 매번 말로 하던 설명을 한 장에 옮긴 결과였다. 안내서에 적힌 문장은 참가자가 이미 알고 있던 것이다. 교육에서 한 일은 그것을 적어둘 자리를 만든 것이다.
같은 방식으로 만들어진 표들도 구체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배변봉투와 키친타월부터 고압분무기와 전동드릴까지 칸을 나눈 청소 소모품과 공구 관리표를 만들었다. 적정 재고의 30퍼센트 아래로 떨어지면 즉시 구매를 요청한다는 규칙과 요일별 점검 체크리스트가 붙어 있었다. 서울에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한 단체는 단원 서른 명을 한 표에 정리하면서 관리하는 급식장소 수와 케어 중인 고양이 마릿수, 챙길 주기와 최근 연락일까지 칸으로 뒀다. 또 다른 참가자는 돌봄 활동가 미팅과 지출 영수증 정리, 후원자 문자 발송과 명단 정리를 한 표에 넣어 월간 일정으로 묶었다.
이해관계자 관리표는 형식이 특이했다. 임시보호와 현장봉사, 물품후원과 이동봉사로 구분하고 사람마다 언제 챙길지와 그때 보낼 말까지 미리 적어두었다. 안부 문자를 매번 새로 쓰느라 자꾸 미루게 되는 일을 없애자는 것이었다.
"동물병원 가는 길입니다"
매 회차는 체크인 미팅으로 시작했다. 오늘의 에너지 점수를 1점에서 10점 사이로 적고 왜 그 점수인지 한 줄 쓰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일 얘기를 꺼내기 전에 서로의 상황을 확인하는 준비운동 같은 장치인데, 이 교육에서는 활동가들의 현장을 그대로 알려주었다.
1점을 적은 참가자는 이유를 이렇게 썼다. "지쳤어요, 회사 퇴근하고 참여하는 거예요." 또 다른 1점은 더 짧았다. "동물병원 가는 길입니다." 4점을 준 참가자는 그날 법적 분쟁 관련 서류를 받았다고 적었다. 임의단체 지위가 문제가 된 일이라 법인 신청이 시급하다는 말이 뒤에 붙어 있었다. 10점을 준 참가자는 자신이 쓴 고양이 동화가 드디어 인쇄에 넘어가 세계 고양이의 날에 맞춰 서점에 깔린다며 뿌듯해했다.
늦게 접속하는 참가자가 많았다. 저녁 시간이니 퇴근이 늦었으려니 싶었지만 이유는 달랐다. 대부분 갑자기 들어온 고양이 구조를 마치고 부랴부랴 들어오는 경우였다. 구조 요청은 시간을 가려서 오지 않는다. 참가자 상당수가 따로 본업을 두고 활동했으니, 저녁 7시부터 9시까지는 본업과 활동 사이에 어렵게 마련한 시간이었다.
같은 시트에는 단체 운영에서 가장 큰 고민을 적는 칸도 있었다. 답은 짧고 분명했다. “돈, 입양”, “자원봉사자의 유입이 미비함”, “언제까지 대표를 해야 할까”
"머릿속에만 있으면, 아무도 도울 수 없다"
교육 내내 되풀이한 문장이다. 한 사람의 머릿속에만 있던 활동도 적어두면 함께할 수 있는 활동이 된다.
6월의 다섯 명 이상 단체 과정은 세 회차로 나눴다. 첫날 주제는 조직문화였다. 일하는 방식이 곧 조직문화라는 명제에서 출발해 단체의 그라운드 룰을 세웠다. 둘째 날에는 구글 드라이브 폴더를 정리해 파일을 공유 가능한 형태로 만들고, 스프레드시트로 프로젝트 관리 시트를 만들었다. 마지막 회차는 자원봉사자 관리였다. 봉사자 관리표와 신규 봉사자 맞이 안내서 두 가지를 만들어 가는 것이 목표였다.
7월의 활동가 과정은 대상이 달라 순서를 다시 짰다. 팀을 전제로 한 협업 체계 대신 혼자서도 당장 쓸 수 있는 것부터 시작했다. 처음에는 활동 폴더와 활동 관리표를 만들었다. 폴더는 준비, 운영, 종료 세 칸으로 나누고 장보기와 요리와 설거지에 빗대 설명했다. 이튿날은 이해관계자 관리표와 처음 온 사람을 위한 온보딩 안내서, 마지막 날은 함께 일하는 약속인 조직문화를 다뤘다.
"밥을 떠먹는 게 아니라, 밥 짓는 법을 배우는 거예요"
교육 과정의 산출물들은 전부 AI와 함께 만들었다. 다만 방식이 흔한 AI 교육과 달랐다. 잘 만들어둔 긴 프롬프트를 나눠주고 받아쓰게 하지 않았다. 대신 한 줄만 가르쳤다.
내가 뭘 알려주면 되는지, 네가 나한테 하나씩 물어봐줘.
이렇게 시키면 AI가 거꾸로 질문한다. 참가자는 답을 하면 된다. 워크북에는 이 과정이 네 단계로 적혀 있었다. 무엇을 만들지 한 줄로 정하기, 물어봐 달라고 하기, 내 말로 답하기, 마음에 안 드는 곳을 고치기. 모르는 질문이 나오면 "잘 모르겠어, 네가 추천해줘"라고 답하면 된다고 안내했다.
이 방법을 고른 이유는 분명했다. 저녁 7시에 겨우 자리에 앉은 사람에게 프롬프트를 외울 시간은 없다. 물어보는 법 하나가 손에 남으면 교육이 끝난 뒤에도 계속 쓴다. 회계도 모금도 홍보도 한 사람이 하는 조직에서는 몇 시간 교육을 들었는지보다 끝난 뒤에 물어볼 데가 있느냐가 중요하다.
돌아보기 시트에 남은 소감도 그 지점을 짚었다. "사소하지만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들을 AI를 활용해서 좀 더 빨리 만들 수 있다는 걸 배움." 다음 한 주 동안 해볼 것을 적는 칸에는 이런 답이 있었다. "열심히 활용해 보겠다, 유료 구독을 해봐야겠다."
용어가 쉬워야 적용이 쉽다
행정과 조직문화는 몸으로 해봐야 더 빨리 익히는 주제다. 그래서 실습을 많이 넣었는데, 온라인에서 그 계획은 금방 어긋났다. 한 그룹에 컴퓨터로 일해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함께 앉으면 난이도를 어디에 맞출지가 문제가 된다.
돌아보기 시트의 아쉬웠던 점 칸에 이런 답이 적혔다. "빨리빨리 못 따라간 거, 원래 노트북으로 일을 안 해서 익숙하지가 않다." 다른 참가자는 앞선 교육에서 어려웠던 점으로 인터넷 사용을 꼽았다. 활동가 과정에서는 체크인 질문 자체가 어렵다는 답도 나왔다. 우리 단체만 아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질문의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라고 적은 참가자가 있었다.
두 번째 차수를 설계하면서 몇 가지를 고쳤다. 먼저 배경지식이 없다고 가정했다. 용어를 쉽게 쓰는 것뿐만 아니라 "이 정도는 알겠지"라는 판단 자체를 내려놨다. 드라이브는 인터넷 위의 서랍장, 시트는 인터넷 위의 큰 공책이라고 먼저 정의하고, 복사와 붙여넣기 같은 기본 동작도 처음 나올 때 한 번 같이 해봤다. 한 화면에는 한 동작만 뒀다. 전원이 마이크로 "됐어요"라고 말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
"재무제표를 실제로 펼쳐 놓고 판단까지"
수료식 회고 자리에서 참여자들이 꼽은 다음 주제는 구체적이었다.
- 동물단체 재무제표를 실제로 펼쳐 놓고 판단까지 내려보는 회계 수업.
- 기부금품법처럼 안 지키면 문제가 되는 법에 관한 교육.
- 임의단체를 법인으로 바꿀지 정할 때 판단을 도와줄 교육.
사업에 앞서 진행한 설문에서도 단체들은 회계와 재정 역량을 "매우 부족하다"고 답했고, 행정에서 가장 어려운 일로 인력 관리와 자원봉사자 운영, 내부 소통을 꼽았다. 교육이 끝난 뒤에도 전화해 물어볼 상담 창구가 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번에 만난 사람들과 계속 이어지고 싶다는 바람도 나왔다.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행정과 조직문화만 놓고 보면 이 교육의 주제는 한 문장으로 이렇다.
우리가 만나야 할 동물들을 더 자주, 더 많이 만나기 위해서 우리가 준비해야 할 것.
고양이 구조 현장에서 부랴부랴 접속하던 사람들에게 행정을 배우는 일은 행정에 메이는 시간을 줄이는 데 쓰인다. 관리표 한 장, 안내서 한 장도 그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 필요하다. 머릿속에만 있던 문장이 문서에 적히면 다음 사람이 이어받을 수 있다. 다음 프로그램의 방향을 잡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글. 언러닝컴퍼니
이번 교육에 함께해주신 활동가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늦은 저녁에 접속해 실습까지 따라와 주신 덕분에 저희도 현장이 어떻게 운영되는지 배웠습니다. 활동을 시작하게 하는 것은 마음이고, 그 마음이 오래가게 하는 것은 방법입니다. 저희는 그 방법을 함께 만들어, 활동가분들의 시간이 더 중요한 일에 더 많이 쓰이도록 돕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