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learning 리뷰] 플래닛 써밋 : AI FOMO 타파 커뮤니티 (2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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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창한 AI 말고, 당장 내 업무에 쓰는 AI
플래닛 써밋 : AI FOMO 타파 커뮤니티 현장
매일 새로운 AI 뉴스가 쏟아진다. 어제 몰랐던 기능이 오늘 누군가의 워크플로우에 이미 들어가 있고, 타임라인에는 자동화로 업무를 뚝딱 끝냈다는 이야기가 흐른다. 그 속도 앞에서 임팩트 생태계 실무자들이 느끼는 감정은 대체로 비슷하다. 뒤처지고 있다는 조급함, 그리고 "그래서 지금 내 업무에 이걸 어떻게 쓰라는 건가"라는 막연함이다.
7월, KT&G 상상플래닛과 언러닝컴퍼니가 함께 연 '플래닛 써밋: AI FOMO 타파 커뮤니티'는 그 질문에서 출발했다. AI 전문가가 되자는 자리가 아니었다. 거대한 담론과 화려한 사례를 걷어내고, 내 일을 조금 더 똑똑하게, 나답게 해내는 방법을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끼리 찾아보자는 취지였다. 참가자들은 조별로 나눠 앉아 하나의 시트를 함께 채워나갔다. 조급함을 고백하는 것에서 시작해, 번거로운 업무 하나를 해부하고, 마지막엔 각자 프롬프트 한 개를 남기는 흐름이었다.
"다들 AI 쓴다는데 어떻게 써야 하는지 잘 모르겠을 때"
첫 칸의 질문은 이랬다. "요즘 AI 얘기를 볼 때, 마음이 가장 불편하거나 조급해지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답변은 구체적이었다.
한 참가자는 슬랙에 구성원들이 공유해주는 AI 소식을 전혀 이해하지 못할 때라고 적었다. 다른 참가자는 인스타그램 릴스가 알려주는 AI 기능을 하나도 모르겠을 때라고 했다. "동일하게 AI를 썼는데 응답이나 만든 결과물이 다를 때", "같은 툴을 써도 온라인이나 주변에서 들은 것처럼 결과가 안 나올 때"처럼, 이미 쓰고 있으면서도 남들만큼 뽑아내지 못한다는 불안도 있었다. 페이스북에서 AI를 업무에 활용한 상세한 포스팅을 읽을 때, 면접에서 AI 활용 경험을 물어봤다는 후기를 들을 때라는 답도 나왔다.
한쪽에는 더 근본적인 불안이 있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업무 스킬이 무용해질 때", "AI가 인간의 일을 대신하는 것을 볼 때 인간은 무엇으로 존재하는가"라는 문장이 시트에 적혔다. 조급함의 결이 두 방향이었다. 하나는 따라가지 못한다는 초조함이고, 다른 하나는 따라간 다음에도 남는 존재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 고백을 먼저 꺼낸 이유는 분명했다. 불안을 숨기지 않고 같은 테이블에 올려두는 것만으로, 완벽한 전문가가 아니라 같은 고민을 하는 실무자라는 자리가 만들어진다. 옆 사람도 릴스의 AI 기능을 모르고, 옆 사람도 결과물이 안 나와 답답해한다는 사실을 확인하는 데서 워크숍이 시작됐다.
"이건 좀 반복적이다 싶은 일 하나만 콕 집어주세요"
다음 단계에서 조급함을 잠시 내려놓게 했다. 대신 최근 2주 안에 실제로 했던 업무 중 반복적이거나 번거로웠던 일 하나를 고르게 했다. 크지 않아도 된다고, 오히려 작을수록 좋다고 안내했다. AI를 배우는 대신, 고민을 워크플로우 안으로 끌고 오는 것이 이 시간의 핵심이었다.
올라온 업무는 임팩트 생태계 실무의 단면 그대로였다. 미팅을 클로바노트로 녹취해 닥스로 내려받고, 속기록과 요약본 두 형태로 다시 정리해 사업 관리 시트에 옮기는 일. 10명 이상의 일정이 뒤섞인 주간 스케줄에서 내 일정만 골라내 구글 캘린더에 수기로 입력하는 일. 매월 진행하는 프로그램의 같은 결과 내용을 결과보고서, 만족도 엑셀, OKR, 성과측정 파일에 반복해서 입력하는 일. 특정 폴더의 파일을 취합해 정해진 양식으로 파일명을 하나하나 바꾸는 일. 행사 하나를 열 때마다 구글폼을 만들고, 썸네일을 제작하고, 여러 커뮤니티에 올리고, 확정자에게 문자를 보내는 반복.
참가자들은 이 일을 시작부터 끝까지 단계로 쪼갰다. 3~4단계로 굵직하게 나눈 사람도, 7단계까지 세밀하게 적은 사람도 있었다. 업무를 눈에 보이게 펼쳐놓는 이 작업이 사실상 프롬프트의 초안이었다. 내가 무슨 일을, 어떤 순서로, 어디서 막히며 하는지를 스스로 정확히 아는 순간, AI에게 시킬 말도 비로소 또렷해지기 때문이다.
세 번째 질문은 시선을 반대편으로 돌렸다. "AI가 그 번거로운 일을 대신 해준다면, 아낀 시간에 어떤 일에 더 집중하고 싶으세요?" 답변은 대체로 사람에게로 향했다. 팀의 고민을 듣고 이야기 나누는 시간, 조직에 적합한 성장지원 방향을 고민하는 일, 사업이 창출하는 임팩트를 확인하러 현장의 이야기를 듣는 일, 창업팀의 비즈니스에 실제로 도움이 될 부분을 찾아 함께 뛰는 일. 한 참가자는 반복 업무 자동화 아래에 이런 강점을 적었다. 기업의 비전과 사업 내용을 충분히 이해한 뒤 그 방향을 지원할 방법을 고민하는 것. AI가 가져가는 자리와 사람이 남는 자리가 시트 위에서 나뉘고 있었다.
"혼자 끙끙대던 일을, 이제 동료도 써먹을 수 있어요"
마지막 칸은 결실을 남기는 자리였다. 방금 해부한 업무를 실제 프롬프트로 만들어 시트에 적고, 옆 동료도 그대로 가져다 쓸 수 있게 남기는 것이다.
산출물은 채팅창에 던지는 단문 수준을 넘어섰다. 회의 녹취록을 속기록·내부 회의록·외부 공유용 세 가지 탭으로 자동 정리하는 비영리 성장지원 매니저용 프롬프트가 나왔다. 여러 사람의 일정에서 내 것만 추출해 신규·변경·취소로 분류하고 구글 캘린더 반영안까지 검토표로 보여주는 일정 관리 프롬프트도 있었다. 행사 정보를 한 번 입력하면 요약, 구글폼 모집글, 채널별 홍보 카피, 참가 확정 문자, 자동화 설계까지 순서대로 뽑아주는 '행사 운영 AI 매니저'는 열네 개 출력 항목을 갖춘 형태로 완성됐다. 인터뷰 발화를 개방 코딩에서 선택 코딩까지 근거이론 절차대로 처리하는 질적 연구 코딩 표준화 프롬프트, 창업지원기관의 예산 집행 워크플로우에서 되돌릴 수 없는 제출·이체는 자동 실행하지 않고 사람의 확인을 요청하도록 상태 기계를 설계한 에이전트 프롬프트도 시트에 적혔다.
이 결과물들이 서로 다른 조에서 나왔다는 점이 이 워크숍의 성격을 보여준다. 정답 하나를 배워 간 것이 아니라, 각자의 업무 맥락에서 각자의 레시피를 만들어 공용 시트에 쌓아둔 것이다. 짝꿍과 함께 하나를 만들어보며 많이 배웠다는 후기, 공통의 AI 활용 목적을 가진 구성원끼리 프롬프트를 디자인하고 팁을 나눴으면 좋겠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프롬프트를 쓴다는 것 자체를 같이 해본 경험, 그 첫 감각이 여러 응답에서 반복됐다.
남은 질문
이날 자리는 세부 개념이나 고급 스킬을 전수하는 시간이 아니었다. 한 참가자의 표현대로 "자연스러운 문화, 첫걸음 느낌"에 가까웠다. AI는 결국 언어를 다루는 일이고 잡도리를 해야 한다는 설명에 어렵게만 느껴지던 것이, 나도 활용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으로 바뀌었다는 소감이 남았다. 거창하지 않고 작은 발걸음을 뗐다는 말도 여러 번 나왔다.
동시에 아쉬움도 솔직하게 적혔다. 실습과 논의 시간이 더 길었으면 좋겠다는 의견, 수준별 소규모 학습과정이나 특정 주제에 특화된 다음 스텝이 있으면 좋겠다는 제안, 실제 미니 프로젝트로 결과물을 산출해보고 싶다는 바람이 이어졌다. 시작을 열기에 좋았다는 평가와, 그래서 그다음이 필요하다는 요청이 같은 자리에 함께 있었다.
"그래서 지금 내 업무에 어떻게 쓰라는 건가." 처음의 질문에 이 워크숍이 내놓은 답은 완결된 커리큘럼이 아니었다. 번거로운 일 하나를 골라 단계로 쪼개고, 그것을 프롬프트 한 개로 남기고, 같은 고민을 가진 동료의 시트를 열어보는 것. 그 작은 첫걸음이 답의 시작이었다. 플래닛 캠퍼스 연계와 후속 커뮤니티 운영은 그 걸음을 이어가기 위해 논의되고 있다. 오늘 시트에 남긴 프롬프트가, 다음 자리에서 누군가의 시작점이 될 것이다.
이 자리는 언러닝컴퍼니의 첫 번째 프로젝트였습니다. 처음이라 서툴렀고, 매끄럽지 못한 구석도 있었을 겁니다. 그 서툰 시작에 시간을 내어 함께 앉아주시고, 자신의 조급함과 번거로운 업무를 솔직하게 꺼내주신 분들 덕분에 첫 걸음을 뗄 수 있었습니다. 오늘의 미숙함까지 기억해주신다면, 그 기억을 발판 삼아 여러분과 함께 천천히 자라가고 싶어요. 몇 해 뒤에 언러닝컴퍼니가 어디까지 왔는지, 그 모습도 곁에서 함께 지켜봐 주세요. 같이 자라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