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X 1교시 1회차: 혼자 쓰던 AI를 같이 쓰기 시작한 저녁 (26년 11월)

11월 2일 월요일 저녁, 성수에서 AX 1교시 1회차가 열렸습니다. 임팩트 생태계에서 일하는 참가자들이 글로 체크인을 하고 진행자의 실제 업무 화면을 함께 본 뒤, 각자 업무에 맞는 스킬을 만들어 봤습니다. 체크인 시트와 회고 시트에 남은 기록으로 그날 저녁을 따라가 봅니다.
올해 2월,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가 비영리 조직 종사자들에게 생성형 AI를 쓰는지 물었습니다. 2월 2일부터 13일까지 응답한 302명 가운데 280명, 92.7%가 쓰고 있다고 답했어요. 그런데 조직 차원에서 AI를 도입해 쓰고 있다는 응답은 26.8%, 공식 가이드라인을 갖춘 조직은 10.6%였습니다(보고서 원문).
연구진은 개인 사용률과 조직 도입률의 이 간극을 연구의 핵심 발견 가운데 하나로 꼽았습니다. 보고서 결론부에는 이런 문장이 있어요. "대다수 종사자는 혼자 판단하고 혼자 감당하는 환경에서 AI를 사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혼자 판단하고 혼자 감당하던 사람들이 한 테이블에 모이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11월 2일 월요일 저녁 성수에서 열린 AX 1교시 1회차는 그 질문을 직접 확인해 본 자리였습니다. AX는 AI 전환(AI Transformation)을 줄인 말로, AX 1교시는 임팩트 생태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서로의 AI 활용 사례를 보고 각자 업무에 맞는 것을 만들어 보는 모임입니다. 지난 9월 첫 모임(0회차)에 이어 두 번째로 모였습니다.
퇴근하고 혼자 노트북 앞에 앉아 AI에게 일을 맡겨 보던 밤이 있었죠. 잘 풀리면 기뻤지만 보여 줄 사람이 없었고, 모르는 것이 생기면 물어볼 사람이 없었어요. 이 메일 내용을 넣어도 되는지, 이 계정을 연결해도 괜찮은지 같은 질문에도 늘 혼자 답해야 했고요.
그래서 잘 쓰는 요령보다 먼저, 풀리지 않는 화면을 같이 들여다볼 동료가 필요했습니다. 남의 화면을 보다가 나도 해 볼 수 있겠다고 느끼는 순간을 여럿이 함께 겪어 보고 싶었어요. 그 마음으로 월요일 저녁에 모였습니다.
이 글은 그날 저녁을 세 장면으로 따라갑니다.
- #1. 텍스트 체크인, 에너지 점수 2점과 10점 사이
- #2. 시연의 투명성, 진행자의 화면을 그대로 열다
- #3. 온보딩 안내서, 메일함에서 시작한 스킬
#1. 텍스트 체크인, 에너지 점수 2점과 10점 사이
월요일 저녁, 헤이그라운드 성수시작점 6층에 모인 참가자들은 노트북을 열고 공유 시트에 숫자부터 적었습니다. 오늘의 에너지 점수예요. 한 사람은 2점을 적고 옆 칸에 이유를 달았습니다. "월요일 ... 해야할 업무가 많더군요." 몇 칸 건너에는 10점과 함께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죠. "저는 늘 에너지가 넘쳐요!!!!!"
체크인을 글로 하는 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시트 맨 위 안내문은 이렇게 설명해요. "대화보다 텍스트 기반으로 진행하는 이유는 내향적 성향의 동료가 의욕이 없다는 차별을 받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0회차에서도 같은 방식의 체크인 시트를 썼습니다. 그때 사후 설문에서는 키워드 자기소개와 체크인 시트 같은 진행 방식을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점수 아래에는 다짐 칸이 있었습니다. 한 참가자는 "멈추지 않고 거북이처럼 따라가겠습니다."라고 적었고 그 아래 댓글 칸에는 이런 답이 달렸어요. "거북이 동료가 생겨서 외롭지 않아요. 같이 천천히 가봐요. 초대 감사~" 체크인 시트에는 이렇게 13명의 점수와 다짐, 그리고 서로에게 남긴 댓글이 쌓였습니다.
이 사람들은 무엇을 기대하고 월요일 저녁에 성수까지 왔을까요. 한 사람은 "내일 회사 동료들에게 나눌 수 있는 인사이트를 가져가고 싶슴다(그러기 위해서 제가 이해를 잘 해야하는 것이 우선)"라고 썼고 또 한 사람은 "몇달동안 멀리했던 AI.. 다시 공부해 보렵니다. 파이팅!"이라고 썼어요. 배운 것을 회사로 가져가려는 사람과, 한동안 떠나 있던 AI로 돌아온 사람이 같은 시트에 나란히 적혀 있었습니다.
#2. 시연의 투명성, 진행자의 화면을 그대로 열다
사례 공유 시간에 진행자는 자기 컴퓨터 화면을 그대로 띄웠습니다. 준비한 순서는 세 가지였어요. AI가 웹 브라우저를 직접 열고 클릭하고 입력하게 하는 브라우저 유즈(Browser Use) 사례, 이메일 답장 스킬을 한 단계씩 같이 만들어 보기, 그리고 여러 단계로 이어지는 업무를 워크플로우(Workflow) 단위로 묶어 자동화한 사례입니다. 발표용으로 따로 다듬지 않은, 평소 일하는 화면이었습니다.
회고 시트의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 칸에는 이 장면이 여러 번 적혔습니다. 열두 명 가운데 네 명이 시연을 꼽았어요. 한 사람은 "정웅님의 컴퓨터 화면으로 현재 사용되고 있는 것들을 그대로 본 것"이라고 적었고 다른 사람은 "실제 업무에 ai가 작동되는 모습 보여주신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0회차 사후 설문에서도 가장 많이 꼽힌 장면은 실제 활용 사례와 시연이었습니다. 응답한 10명 가운데 6명이었죠. 한 응답은 그 이유를 이렇게 적었습니다. "이렇게 쓰고 있어요를 보여주시니 심리적 진입 장벽이 더 낮아진다는 걸 체감 했습니다."
화면을 그대로 연다는 것은 잘된 장면만 골라 보여 줄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같은 칸에는 이런 답들도 있었습니다. "정웅님 시행착오(살신성인 감사합니다. +1점 또 드립니다.)", "개인정보 유출? ㅋㅋㅋㅋ", "통장 잔고...? 화면 분할을 잘 활용해보아요~~". 어떤 화면이었는지는 그 자리에 있던 사람들만 압니다.
0회차 뒤에 함께 지킬 약속 초안을 만들면서 이런 문장을 적었습니다. "잘된 사례만큼 막힌 화면과 실패담도 반갑게 나눕니다" 예상하지 못한 화면이 웃음과 함께 회고에 남은 것은 그 약속이 이번 저녁에도 지켜졌다는 기록이죠. 그렇다면 화면을 본 사람들은 무엇을 만들었을까요.
#3. 온보딩 안내서, 메일함에서 시작한 스킬
시연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소그룹으로 둘러앉아 각자 노트북으로 스킬을 만들었습니다. 한 사람은 "지메일 계정 2개 연결하고, 매일 오전 10시마다 브리핑&선택한 메일만 목록 정리하도록 스킬 설정"을 했어요. 다른 사람은 "사내몰 주문내역을 구글스프레드 시트에 자동 반영(수동 작업의 자동화)"하는 것을 만들었습니다.
스킬(Skill)은 Claude 같은 AI 에이전트에게 특정 업무를 처리하는 방법을 지시문과 참고 자료, 스크립트로 묶어 건네는 폴더예요. Anthropic이 2025년 10월 이 기능을 소개하며 쓴 비유가 있습니다. 에이전트에게 스킬을 만들어 주는 일은 새로 온 동료에게 줄 온보딩 안내서를 꾸리는 일과 같다는 것이죠(Anthropic 원문). 매번 처음부터 설명하던 일을 한 번 적어 두면, 그다음부터는 AI가 그 안내서를 읽고 일을 시작합니다.
회고의 「오늘 만들어 본 것」 칸을 보면 열두 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사람이 메일에서 시작했습니다. 지메일을 연결하고, 받은 메일을 브리핑받고, 메일 초안을 쓰게 하고, 메일함을 정리했어요. 사례 공유 시간에 이메일 답장 스킬을 같이 만들어 본 직후였습니다.
완성하지 못한 기록도 같은 칸에 남았습니다. "erp 연결 시도(실패)", "못했어요 ㅠㅠ", "고민만 많이 했습니다-". 고민만 했다고 적은 참가자는 인상 깊었던 순간 칸에 "놓치고 있던 디테일! claude.md에 왕창 입력된 것들을 각각 필요한 .md로 쪼개기"라고 썼어요. CLAUDE.md는 Claude Code가 작업을 시작할 때마다 읽는 지침 파일입니다. 스킬은 만들지 못했어도, 한 파일에 몰아 둔 안내를 쓰임새별로 나눠야 한다는 것을 알아 간 셈이죠.
그렇다면 회고에는 어떤 질문이 남았을까요.
하나는 낯선 단어였습니다. 한 참가자는 "모르는 단어들을 서칭할 틈이 있으면 좋겠습니다."라고 적고, 그날 찾아본 단어를 옮겨 두었어요. "에르메스 에이전트, 뮤즈, 닷츠, 어사이드, 클로드.md"
다른 하나는 보안이었습니다. 세 사람이 보안이나 개인정보를 적었고 그중 한 사람은 다음 회차에 보고 싶은 사례로 "업무 관련 계정을 연결할 때 주의해야하는 보안 이슈 세팅하는 방법"을 꼽았습니다.
혼자 감당하던 질문을 함께 꺼내 놓기까지
혼자 판단하고 혼자 감당하던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이면 무엇이 달라질까요. 그날 저녁의 시트에서 찾은 답은 이렇습니다. 혼자 풀지 못하던 화면이 혼자만의 것으로 남지 않고 계정을 연결해도 되는지 망설이던 질문도 다음 모임에서 보고 싶은 사례로 회고 시트에 남습니다. 다음에 보고 싶은 사례를 묻는 칸에는 "하나의 업무를 더 쉽게 한 것이 아닌 더 '잘하게' 한 사례"라는 답도 있었어요.
회고 시트의 「오늘 함께한 동료에게 한마디」 칸에는 막상 대화는 많이 못 나눴지만 다음에 보면 더 반갑게 인사하자는 말이 남아 있었어요. 혼자 노트북 앞에서 답을 찾지 못하는 밤은 아마 또 오겠죠. 그래도 이제는 그 화면을 들고 갈 테이블이 생겼습니다. AX 1교시 커뮤니티 다음 모임에서 또 만나요.
모임과 모임 사이의 이야기는 온라인 베이스캠프인 AX 1교시 베이크 커뮤니티에서 이어 갑니다. 베이크(VAKE)는 내 주변 사회문제에 관심을 두고 변화를 직접 만들어 가려는 사람들을 잇는 소셜 액션 플랫폼이에요. AX 1교시 커뮤니티에는 근황을 나누는 출석부, AI를 쓰다 생긴 질문을 올리는 손 들기, 직접 해 본 사례를 나누는 방과후 일지가 있고, 다음 모임 소식은 알림장에서 전합니다. 그날 테이블에 함께하지 못한 분도 먼저 둘러볼 수 있어요.